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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영화<조디악>줄거리,등장인물 및 심리 분석,영화 비교

by Soullatte 2025.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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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조디악>

『조디악(Zodiac, 2007)』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데이빗 핀처 감독의 심리 스릴러 영화로, 1960~70년대 미국을 공포에 빠뜨린 ‘조디악 킬러’ 사건을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이 영화는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 전형적인 수사극과는 다른 결을 가집니다. 핀처는 범인의 정체보다, 그 정체를 쫓는 사람들의 심리적 소용돌이에 집중하며, ‘정체불명의 공포’가 인간을 얼마나 무력하게 만드는지를 집요하게 묘사합니다. 제이크 질렌할, 마크 러팔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주요 인물들을 연기하며, 그들의 집착, 혼란, 몰락의 과정을 현실감 있게 보여줍니다.

줄거리 요약 (심화 확장)

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 한 연인이 차량 안에서 괴한의 공격을 받습니다. 여성은 현장에서 사망하고, 남성은 부상을 입은 채 가까스로 살아남습니다. 며칠 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신문사에 발신자를 알 수 없는 편지가 도착합니다. 보낸 이는 자신이 범인이며, 자신을 '조디악'이라 칭하고, 편지 속에는 복잡한 암호문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그는 경찰과 언론에 연이어 편지를 보내며 자신이 새로운 살인을 저지를 것이고, 암호문을 풀면 자신의 정체를 알 수 있다고 도발합니다.

사건이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하면서, 경찰 수사팀과 언론은 이 사건에 매달리기 시작합니다. 샌프란시스코 경찰서의 형사 데이브 토시(마크 러팔로)와 윌리엄 암스트롱은 수사에 착수하지만, 관할 구역이 엇갈리고 수사 자료가 통합되지 않아 번번이 한계에 부딪힙니다. 증거는 충분하지 않고, 조디악은 불특정 시점에 살인을 저지르며 혼란을 가중시킵니다.

신문사 내부에서도 파장이 일어납니다. 범죄 전문 기자 폴 에이버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조디악에 대한 과감한 보도로 주목을 받지만, 조디악의 편지가 자신을 향하면서 심리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그와 반대로 사건의 주변부에 있던 만평가 로버트 그레이스미스(제이크 질렌할)는 처음엔 호기심 차원에서 조디악에 관심을 갖지만, 점차 사건에 집착하게 됩니다. 그는 사비를 들여 자료를 수집하고, 관계자들을 찾아다니며, 미궁에 빠진 조디악 사건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하기 시작합니다.

수년간의 조사 끝에 그는 한 용의자, ‘아서 리 앨런’에 주목하게 됩니다. 그레이스미스는 그를 범인이라 확신하지만, 토시는 법적 증거가 부족해 기소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합니다. DNA, 필체, 지문 등 어느 것 하나 확정적으로 일치하지 않습니다. 그레이스미스는 결국 책을 출간하고, 아서 리 앨런을 생존자의 사진 속 인물과 대면시키지만, 영화는 체포도, 해결도 없이 열린 결말로 마무리됩니다.

등장인물 및 심리 분석

로버트 그레이스미스는 비전문가에서 집착적인 탐색자로 진화한 인물입니다. 그는 ‘진실’이라는 명분 아래 조디악 사건에 몰두하지만, 이는 점차 현실과 인간관계를 파괴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그의 집착은 범인을 잡는 것을 넘어, 혼란스럽고 통제할 수 없는 세상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시도로 해석됩니다. 그는 결국 가족과 직장을 잃고, 사건에 몰입한 채 살아가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여전히 그때 그 사람을 쫓고 있습니다. 이는 인간이 미지에 느끼는 두려움과 알고자 하는 욕망의 이중성을 상징합니다.

데이브 토시는 현실주의자입니다. 그는 수사 지침과 시스템 내에서 조디악을 추적하지만, 단서 부족과 행정의 벽에 번번이 가로막힙니다. 그 역시 사건에 대한 책임감과 죄책감에 시달리며 점차 피로감을 호소합니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그의 모습은 경찰이라는 직업을 넘어서, 체계적인 사회 안에서 좌절을 겪는 현대인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폴 에이버리는 초반에는 냉소적이면서도 날카로운 기자로 등장하지만, 조디악의 개인적인 위협을 받으며 점차 붕괴됩니다. 알코올에 의지하고, 비관적인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보게 되며, 결국 은둔에 가까운 삶으로 들어섭니다. 그는 공포라는 것이 물리적 위협이 아닌, 정보와 언어로도 충분히 인간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세 인물은 모두 조디악이라는 실체 없는 존재에 의해 점차 무너져 갑니다. 그러나 핀처는 그 무너짐을 연민 없이 관찰하며, 인간의 불완전함, 불안, 강박이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탁월하게 포착합니다.

실제 조디악 사건과의 비교: 미제 사건의 공포

영화 『조디악』이 탁월한 이유는 단순히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 아니라, ‘미제 사건이 만들어내는 공포의 본질’을 날카롭게 포착했기 때문입니다. 실제 조디악 킬러 사건은 범죄 자체보다, “잡히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에 대중에게 더 큰 충격을 주었고, 영화는 이 점을 정면으로 다루며 미해결 범죄의 심리적 파장을 증폭시킵니다.

현실 속 조디악은 1968년부터 1974년까지 공식적으로 5건의 살인을 자백하고, 수십 통의 암호 편지를 경찰과 언론에 보냈습니다. 그러나 그는 단 한 번도 체포되지 않았고, 그의 신원은 2020년대에 이르기까지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범인의 정체는 공기처럼 퍼졌고, 살아남은 피해자, 수사관, 기자, 시민 누구도 조디악의 실체를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불확실성은 공포 그 자체가 되었습니다.

영화는 이 실화를 극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조디악이 남긴 공백이 주변 인물들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를 정밀하게 묘사합니다.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형사, 기자, 그리고 만화가는 점차적으로 조디악이라는 실체 없는 존재에 사로잡혀 정신적으로 붕괴해 갑니다. 특히 로버트 그레이스미스의 집착은 조디악이라는 '존재하지 않는 존재'가 어떻게 사람의 일상, 관계, 자아를 갉아먹는지를 상징합니다.

실제 사건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언론은 경쟁적으로 보도를 쏟아냈고, 시민들은 잠재적 피해자가 될까 두려워했으며, 수사관들은 수십 년간 추적했음에도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미제 사건은 “결론이 없다”는 사실이 가장 잔인한 현실이 됩니다.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미해결의 그림자는, 오히려 범인의 실체보다 더 오래, 더 깊게 사람들의 마음을 지배합니다.

이 사건은 수많은 대중문화 콘텐츠에 영감을 주었습니다. 영화 <세븐>, <마인드헌터>, <살인의 추억> 등의 작품에서도 조디악의 영향이 엿보이며, 범인의 존재보다 그것이 남긴 ‘공포의 메커니즘’이 중요한 주제로 자리 잡았습니다. 조디악은 이제 단순한 인물이 아니라, 불확실성과 불안이라는 현대적 공포의 상징으로 기능합니다.

조디악 사건은 단지 범죄의 연속이 아니라, 현대 사회가 얼마나 불완전하고 무력한 구조 위에 서 있는가를 드러낸 상징입니다. 그리고 영화는 이 미완성의 진실 앞에서 관객에게 말합니다. “진실은 때로 밝혀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 미궁 속에서 인간은 계속해서 답을 찾아 나선다.”

이것이 바로 조디악 사건이 주는 공포입니다. 그것은 정체가 아닌 부재의 얼굴, 해답이 아닌 질문의 지속, 그리고 사건이 아닌 잊히지 않는 흔적입니다. 『조디악』은 이러한 미제 사건이 단순히 수사 실패가 아닌, 인간의 심리와 기억에 얼마나 깊은 균열을 남기는지를 가장 강렬하게 증명한 작품입니다.

결론: ‘잡히지 않은 존재’가 남긴 질문들

『조디악』은 스릴러 장르의 외형을 띠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인간 존재의 불완전함, 진실 추구의 모순, 그리고 미제 사건이 남긴 심리적 폐허에 대한 철학적 고찰입니다. 범인은 끝내 잡히지 않지만,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더 오랫동안 ‘왜 잡히지 않았을까’, ‘그는 누구였을까’, ‘우리는 왜 그를 알고 싶어 하는가’라는 질문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만약 당신이 단순한 범죄극을 기대하고 있다면 『조디악』은 지루하고 답답한 영화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집착과 두려움, 그리고 ‘알 수 없음’의 본질을 탐구하고자 한다면, 이 작품은 분명 가장 지적인 긴장감을 안겨주는 영화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